담배

어릴땐, 아니 정확히 말하면 아빠가 담배를 피우실땐
담배 연기에 대해 아무런 반감이 없었다.
도서관에서 공부할때 옆에 앉은 남자 몸에서 담배냄새가 난다며 인상을 찌푸리던 아이들을 이해하지 못했고
담배피는 남자랑은 연애 못 하겠다는 아이들도 솔직히 좀 유난스럽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아빠가 금연에 성공하시고 이제 더 이상 담배냄새를 맡을 일이 없어지고 나서부턴 입장이 완전히 달라졌다.
도서관에선 담배 냄새가 심하게 나는 사람들 옆을 피해서 자리를 잡게 되었고
길을 갈때도 담배 피는 사람을 무조건 앞질러 걷게 되었으며
(특히 바람이 앞에서 뒤로 불어오는 상황에서의 좁은 골목길은 정말 고역이었다 ㅋㅋ)
환자들과 얘기 하다가도 담배 냄새가 코를 찔러오면 약간 뒤로 주춤하게 되어버린 것이다.

습관이란게 참 무서운 것이
익숙할때는 그 존재조차도 인지하지 못하다가
그 존재가 점점 낯설어질수록
그것을 더 크게 인식하게 되더라는 것.

어릴땐 내가 그렇게 극성이라고 생각했던
유치한 조항 '담배피는 남자랑은 사귀지 말아야지'가
나도 모르게 내 리스트속에 들어와있을 줄이야.
남자들에게 담배를 피지 말라는것은 여자들에게 화장을 하지 말라는 것과 같다! 라는
어디선가 주워들었던 말을 언급하며
흡연남들의 편을 들어주었던 때가 생생히 기억나는 내가, 이렇게 변하다니! -_-;;


문득 순간적으로 그런 생각을 했다.

내가 좋아하는 감성의 소유자들은 모두 담배를 핀다.
내 남자친구는 안타깝지만 그렇게 감성이 예민하진 않다.
하지만 내 남자친구는 담배를 피지 않는다.
내가 좋아하는 감성을 지녔지만 담배를 피는 남자와
담배를 피지는 않지만 감성이 무딘 남자.
둘 중에 하나를 고르라면
이제 난 후자를 고르겠노라고.

취향보다 우선시되는 요인들이 점점 많아지는구나 싶다.




덧) 드디어 티켓을 발권했다.
작년에 GS에서 발권한 티켓은 정~말 별로였는데,
역시 빳빳한 재질의 부산은행 발권 티켓이 제격이라는걸 다시금 느끼며.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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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리몽 | 2009/10/06 22:21 | + 그냥 문득 기록하다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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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박양 at 2009/10/06 23:13
ㅎㅎ 저도 남자친구 담배피는 거 별로에요. 사실 냄새가 싫은 거보담은, 제가 담배를 피지 않기 때문에 그 기분을 잘 모르지만. 부정적인 기분일 때 담배가 주로 피고 싶을 것처럼 느껴지거든요. 그래서 옆에서 담배피면 괜히 기분이 언짢을 때가 종종 있더라구요. 나랑 있는 게 재미없나? 지금 기분 별론가? 뭐 등등.
Commented by 두리몽 at 2009/10/19 21:22
아 그럴수도 있겠어요 ^^ 아예 담배가 습관이 되어버린 사람은 그러려니 하고 이해는 하는데, 그래도 잠시 나가서 피우고 오는 남자는 양반이죠. 여자친구 앞에서 떡하니 담배 피고 있는 남자들은 좀 싫더라구요. 그걸 그대로 지켜보고 있는 여자친구의 심리도 이해가 잘 안 되고. 다 사람 나름인가봐요 ^^
Commented at 2009/10/07 23:42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두리몽 at 2009/10/19 21:24
잔향(!)이 너무 오래가잖아요 ㅋㅋ 잠시 자리를 비우고 담배 피우고 오는 예의를 지켜주는건 좋은데 이미 냄새가 옷이며 머리카락에 다 남아 있다는게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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