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팠다

지독한 여름감기.

목소리도 잘 안 나오는데
말까지 해야하니 머리가 어질어질.
미용실 안 간지 7개월이 다 되어 간다며
머리 하러 갈거라 굳게 마음 먹고 있었던 꿀같은 월차는
펄펄끓는 열을 식히느라 하루종일 진땀뺐던 기억만이 가득하고.
주말이 무슨 소용인가,
열흘이 넘도록 집으로 자동귀가.

그래도 고집은 있어서
항생제 먹을 정도는 아닐거라며
아빠 인후염을 낫게했던 내 나름의 극약처방을 계속 고수하다
너무 괴로운 나머지 결국엔 항복하고야 말았으니.
타이밍의 힘이 90%가 넘는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역시나 이럴땐 약을 좀 세게 먹을 필요가 있었구나 싶다.

겨우겨우 정신을 차려
며칠만에 컴퓨터를 켜서는
휴가 준비도 하고
공연 예매도 하고
영화 예매도 하고
책도 주문하고
간만에 하고 싶었던 일을 몇 가지 하고 나니
이제 좀 사람사는 것 같구나...


대학 4년동안 병원에 가본 기억이 없는데
이렇게 체력이 약해지다니.
직장일이 그렇게 고된 편은 아닌것 같은데
은근히 이게 힘들었던건지
아니면 정말 나이 탓인지 알수는 없지만

그래도 버젓이 약사 가운 입고 있는 사람이
완전 쉰 목소리로
카운터에 서서 계속 기침이나 해대고 있으니
자기 관리가 전혀 안 된 사람처럼 보이기도 하고 ㅋㅋ
아픈 와중에도
괜히 좀 민망하다는 생각 99%에
나는 뭐 내 맘대로 아프지도 못 하나 하는 서러움 1%가 공존했던
여튼 나에겐 참 힘들었던 열흘간의 사투였다.

by 두리몽 | 2009/06/23 21:51 | + 일상의 흔적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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